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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예술의 본질과 자율성: 예술은 스스로 목적이 될 수 있는가?
예술의 목적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예술이 스스로 목적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는 그의 *판단력 비판(Critique of Judgment)*에서 예술의 ‘무목적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술이 특정한 실용적 목표 없이도 존재할 수 있으며, 순수하게 미적 경험을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입장은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하여, 예술이 도덕적이거나 정치적인 목적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조를 형성했다. 대표적인 예술가이자 사상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모든 예술은 완전히 쓸모없는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예술은 오직 미적 감상과 창조적 표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그것이 다른 목적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예술이 정치적, 윤리적 목적에 의해 제약될 때 본질적 가치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2. 예술의 사회적 역할: 예술은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가?
반면, 예술은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예술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참여하는 예술(engaged art)’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예술이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고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예술가는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적 존재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가 있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에서 벌어진 참상을 고발하며, 예술이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Theodor Adorno)는 대중문화와 예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비판적 예술이 사회적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문화산업론’은 예술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자극하고 기존 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예술과 윤리: 예술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때, 그것이 윤리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존재한다.
톨스토이(Leo Tolstoy)는 그의 저서 *예술이란 무엇인가(What is Art?)*에서 예술은 도덕적 목적을 가져야 하며, 인간을 도덕적으로 고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술이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하며, 부도덕하거나 타락한 내용의 예술은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보았다.
반면,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예술이 도덕적 기준에 의해 제한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기존 도덕을 전복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술이 인간의 본능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이어야 하며, 도덕적 기준에 의해 검열당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이 논쟁은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예술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때,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가? 예술이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윤리적 고려는 불가피한 문제로 남아 있다.
4. 결론: 예술의 목적은 다양하다
예술의 목적에 대한 논의는 단일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대와 철학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예술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하며, 미적 경험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본다.
-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은 예술이 사회 변화를 이끄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며, 정치적·도덕적 목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 윤리적 논쟁은 예술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혹은 완전한 자유를 누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다.
현대 예술에서는 이 모든 요소가 혼합되어 작용하며,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창작 의도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예술의 목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수용자의 관점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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